준비중인 책 목록
- 김승해. 『죽은, 자식-고기』
2000년대 후반부터 2026년까지 여러 시기에 쓰고 출간했던 시·소설·선언·기록·기술문서·농담을 다시 해체하고 배열해 만드는 새로운 작품집이다. 과거 책을 단순히 합본하거나 대표작만 고르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기의 텍스트가 현재의 편집 안에서 다시 충돌하도록 만들어 이전 어느 시점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한 권을 구성한다. 생존과 책임, 부모와 자식, 죽음과 돌봄, 사랑과 가해, 규칙과 신체가 반복해서 맞물리며, 특히 사건을 설명하고 처리하려는 서사와 제도가 끝내 처리하지 못하고 남기는 것을 ‘서사적 처리의 초과로서 서정’이라는 관점에서 읽는다. 행정과 처리 시스템이 찌꺼기를 남기듯 서사 역시 잔여를 남기며, 이 책은 바로 그 잔여가 다시 신호와 감정이 되는 지점을 추적한다. 2027년 2월 15일 발행 예정이다.
- 『paraZite: 어느 말소된 저장소의 인덱스』
2009년 무렵 개인 하드디스크에 저장해 둔 paraZite의 로컬 복사본에서 출발하는 인덱스북이다. paraZite는 2000년대 웹의 변두리에서 각종 문서와 링크를 모으던 반사회적 저장소였고, 원래 사이트는 사라졌지만 당시 내려받은 파일과 주소의 흔적은 남아 있다. 책은 사이트를 완전히 복원하는 대신 엔트리를 한국어로 번역해 항목 단위로 정리하고, 다시 단어 단위의 색인을 만들어 무엇이 저장되어 있었고 어떤 말들이 반복되었는지를 읽을 수 있게 한다. 공개 표본은 보조링크·연속 파트·미러를 제외한 뒤 무작위로 200개를 뽑고 원래 배열 순서로 되돌려 제시하며, URL은 host를 난수화하되 path·query·fragment의 구조는 보존한다. 시리즈 중복은 대표 항목 하나로 줄이고, 2026년 독자가 이해하는 데 필요한 배경지식만 짧은 주석으로 붙인다. 웹의 음지를 재현하거나 향수화하는 책이 아니라, 한때 실제로 존재했지만 지금은 말소된 저장 체계를 목록과 색인을 통해 다시 읽는 책이다.
- 『연금술협회저널 1913-1915: 현대화학 직후의 연금술 — 1913년. 잿더미에서.』
런던의 Alchemical Society가 1913년부터 1915년까지 발행한 『Journal of the Alchemical Society』를 번역·편집하는 작업이다. 이미 근대 화학이 성립하고 연금술이 과학의 역사 바깥으로 밀려난 뒤였지만, 이 저널의 필자들은 방사능과 원소변환 같은 당시의 새로운 발견을 보며 연금술을 다시 과학과 철학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지 진지하게 검토했다. 그래서 이 자료는 연금술의 전성기가 아니라, 자신이 폐기된 뒤에도 새로운 과학을 끌어안으며 살아남으려 했던 사유의 황혼을 기록한다. 번역문만 나열하기보다 당시 독자가 당연하게 알았지만 지금은 낯선 인물·개념·화학적 배경을 짧은 주석과 색인으로 연결해, 한 시대의 지식 체계가 무너진 직후 무엇을 붙잡고 다시 자신을 설명했는지를 읽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편집의 목표다. 우선 1913년 첫 호부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 익명. 『사막』(김승해 옮김)
기후위기와 생태적 붕괴를 단순히 미래에 피할 수 있는 재난으로 보지 않고, 이미 진행 중인 조건으로 받아들인 뒤 무엇을 할 것인지를 묻는 익명의 아나키스트 에세이다. 혁명이나 문명의 전환이 세계 전체를 구원할 것이라는 기대를 의심하면서도,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태도로 물러서지 않고 붕괴 속에서 가능한 관계와 행동, 이동과 생존의 방식을 다시 생각한다. 핵심 질문은 ‘세계는 구원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에 가깝다. 2019년 금치산자레시피가 출간한 『틈새의 삶』이 이러한 진단 이후 개인의 생활 전략으로 질문을 옮겨간 글이었다면, 이번 『사막』은 그보다 앞선 문제 설정 자체를 한국어로 다시 제시하는 작업이다. 김승해가 새로 번역하고 있다.
출판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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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 [김승해] (2009). 『B02』, 금치산자레시피컴퍼니2009년 소량 발행한 김승해의 초기 작품집으로 「비공이」, 「석고보드」, 「유예된 추락」, 「장마」, 「발인」, 「조난」 여섯 편을 묶었다. 이 시기의 작품은 현실의 조건 하나를 규칙이나 물리법칙처럼 끝까지 밀어붙이고, 그 조건 안에서 인물이 어떤 판단을 내리고 무엇을 감당하게 되는지를 추적한다. 「유예된 추락」에서는 끝나지 않는 추락의 조건이, 「조난」에서는 빈곤·생존·범죄와 몸의 파괴를 둘러싼 판단이 서사를 조직한다. 이후 2018년에 분산 출간된 작품들과 사실상 하나의 장기적인 작품군으로 다시 읽히며, 현재 준비 중인 『죽은, 자식-고기』의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김미루 [김승해](2015). 『소년과 아이와 바다와 그 밖에 모든 호의에 관한 이야기들』, 금치산자레시피컴퍼니『B02』 이후, 2018년의 『고깃덩이』 작품군 이전에 쓰인 작품들을 묶은 책이다. 감정이나 이미지 하나가 다음 문장을 불러오는 연상, 어떤 조건을 끝까지 밀어붙여 결과를 만들어내는 귀결, 서로 인과가 없는 장면을 맞붙이는 병치가 한 책 안에서 동시에 작동한다. 「오늘의 날씨」와 「허기」처럼 이미지와 정서를 압축하는 글이 있는가 하면, 「산의 중턱에서」처럼 머리를 갈아 빛을 만든다는 조건을 노동분업·효율·희생의 체계로 끝까지 운용하는 글도 있다. 제목의 ‘그 밖에’ 역시 매끄러운 접속어라기보다 서로 완전히 묶이지 않는 대상들을 일부러 어색하게 이어 붙이는 표현으로 사용되었다.
에이미 앰플 [김승해](2018). 『고깃덩이』, 금치산자레시피컴퍼니2018년에 『우리가 이렇게 선량한데도』, 『1×4』, 『이상기후』와 함께 네 권으로 나뉘어 발간된 작품군 가운데 한 권이다. 『B02』와 별개의 후속작이라기보다 같은 장기적인 원고 묶음에서 갈라져 나온 책에 가깝고, 『B02』 편집 과정에서 빠졌던 작품 일부도 이 시기의 책들에 다시 들어갔다. 신체와 생존, 가족과 죽음, 폭력과 책임 같은 문제가 반복되며, 현실의 규칙을 과잉 적용해 그 규칙이 사람에게 요구하는 대가를 드러내는 방식이 두드러진다. 당시 서문은 이 작업들을 앞으로는 하지 않거나 하지 않아야 할 작업으로 규정했지만, 현재의 재편집에서는 오히려 그 거리와 실패까지 포함해 다시 하나의 작품군으로 읽고 있다.
에이미 앰플 [김승해](2018). 『우리가 이렇게 선량한데도』, 금치산자레시피컴퍼니2018년 네 권의 분권 중 하나로, ‘가장 소중한 것을 팔아야만 앞으로 갈 수 있는 게임에 참여한 이들의 이야기’라는 서문과 함께 출간되었다. 여기서 선량함은 인물의 도덕적 성질이라기보다 자신을 설명하고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말에 가깝고, 생존을 위해 치르는 대가와 실제 행동이 그 자기설명을 계속 침식한다. 무엇을 포기해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는지, 그 선택을 강요하는 구조 안에서도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같은 질문이 작품군 전체를 관통한다. 현재 편집에서는 이 책 역시 독립된 한 권의 경계보다 『B02』 이후 이어진 작품들의 반복과 충돌 속에서 다시 배치되고 있다.
에이미 앰플 [김승해](2018). 『1×4』, 금치산자레시피컴퍼니『고깃덩이』, 『우리가 이렇게 선량한데도』, 『이상기후』와 함께 2018년에 분산 출간된 네 권짜리 작품군의 한 축이다. 이 시기의 작업에서는 서정적 연상, 규칙을 끝까지 실행해 결과를 도출하는 사변적 귀결, 서로 다른 장면과 언어를 직접 맞붙이는 병치가 한 작품 안에서도 계속 자리를 바꾼다. 개별 판본의 세부 편집 기록은 다른 책들에 비해 충분히 남아 있지 않지만, 현재의 재편집은 바로 그 분권 경계를 고정된 작품 단위로 보지 않는다. 네 권을 해체한 뒤 작품 사이의 반복·충돌·리듬·강도에 따라 다시 연결함으로써,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하나의 연속된 작품집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에 포함되어 있다.
에이미 앰플 [김승해](2018). 『이상기후』, 금치산자레시피컴퍼니2018년 네 권의 분권 가운데 하나로, 기후와 환경을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물의 행동 가능성과 세계의 규칙을 결정하는 조건으로 밀어붙이는 작업들이 놓여 있다. 날씨가 감정의 비유로 머무르기보다 세계가 어떤 방식으로 지속될 수 있는지를 바꾸는 물리적 조건이 되면서, 일상의 판단 역시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규칙 안에서 다시 계산된다. 이 책 역시 현재는 독립된 판본의 경계를 유지하기보다 『B02』와 나머지 2018년 작품군과 함께 하나의 긴 계보 속에서 읽힌다. 분산 출간 당시의 구획을 해체하고 반복되는 이미지와 규칙, 사건의 강도를 따라 재배열하는 것이 현재 편집의 방향이다.
프리드리히 루럴 루시퍼(2019). 『틈새의 삶 -- 희망없이 죽어가는 행성에서 공허로부터 의미를 만들어내려는 노바토레주의자의 에세이』(서한교 옮김), 금치산자레시피컴퍼니프리드리히 루럴 루시퍼의 『Life in the Cracks』를 서한교가 옮겨 2019년에 출간한 한국어판이다. 이 글은 문명이나 혁명이 결국 세계를 구원할 것이라는 전망을 전제로 삼지 않고, 그런 전망이 사라진 뒤 한 개인이 실제로 어떻게 먹고, 자고, 이동하고, 노동하고, 관계를 맺을 것인지를 묻는다. 노바토레적 개인주의와 허무주의를 관념으로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노동거부, 스쿼팅, 유목, 비공식적인 생계, 예술과 우정 같은 생활의 문제로 옮겨 놓는다. 현재 준비 중인 『사막』이 붕괴와 기후위기, 혁명의 한계를 진단하는 글이라면, 『틈새의 삶』은 그 진단 이후에도 계속 살아야 하는 사람의 구체적인 생활 쪽으로 질문을 밀어붙이는 응답으로 다시 읽을 수 있다.
김도이(2022). 『소란스런 껍질들; 서문』, 금치산자레시피컴퍼니김도이의 시를 작은 판형의 한 권으로 조직한 시집이다. 이 책에서 출판 작업은 원고를 그대로 인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편의 배열을 다시 세우고 문장의 호응과 맞춤법을 교열하며 특정한 사물 어휘를 굵은 글자로 표시하는 방식까지 편집 구조 안에 포함시켰다. 따라서 페이지에서 어떤 단어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지, 한 시에서 다음 시로 어떻게 이동하는지 역시 책의 독서 경험을 만드는 요소다. B6 판형의 짧은 책으로 제작·유통되었으며 현재는 절판되었다.
김승해 (2026). 『살가죽들의 사랑 – 조직원이 구타 당하면 반드시 복수한다.』, 금치산자레시피컴퍼니시와 소설을 중심으로 데이터 로그, 기술 매뉴얼의 언어, 계산식과 기록 형식까지 서로 다른 문서 양식을 한 책 안에 충돌시키는 작품집이다. 자율주행 시스템의 사고와 책임, 섹스로봇을 수리하는 노동, 사채 추심과 조직의 규칙처럼 시스템의 말단에서 실제 결정을 수행해야 하는 사람과 기계를 반복해서 등장시킨다.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보다 책임이 어떻게 시스템 안에서 전달되고 미뤄지는가에 있다. 서술과 사건이 어긋나고 인과가 교란되는 가운데 몸, 돈, 사랑, 복수, 생존의 문제가 서로 다른 언어로 반복되며, 무엇이 개인의 선택이고 무엇이 구조가 강제한 처리 결과인지 쉽게 분리할 수 없게 만든다.